미드필더의 중요성과 창의성
축구에서 골만큼 중요한 것은 어떻게 공을 상대편 골대까지 운반하느냐는 것이다. 이것은 축구의 본질이기도 해서, 골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아릅답다고까지 표현할 수 있다. 한편, 모든 포지션 중에서 공을 가장 오래 소유하고 있고, 경기 전반에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 포지션은 미드필더이다. 경기의 템포를 조율하고, 누구에게 패스할 지를 정함으로써 공격을 전개한다. 그래서 감독들은 팀의 미드필더에게 창의적일 것을 강조한다.
창의성을 판단하는 지표 : 전진패스와 키패스
미드필더의 창의성은 전진패스와 키패스로 판단할 수 있다. 두 패스의 관계를 설명하자면, 전진패스라는 시도 가운데 골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키패스가 발생한다. 즉, 미드필더의 창의성을 말할 때 전진패스는 양적 차원으로, 키패스는 질적 차원으로 해석된다.
20/21 프리미어리그 미드필더 전진패스 TOP 5
순위 | 이름 | 전진패스 |
---|---|---|
1 | 브루노 페르난데스 | 116 |
2 | 조던 핸더슨 | 112 |
3 | 잭 그릴리쉬 | 111 |
4 | 케빈 데 브라위너 | 99 |
5 | 마토이츠 클리히 | 97 |
20/21 프리미어리그 미드필더 키패스 TOP 5
순위 | 이름 | 키패스 |
---|---|---|
1 | 잭 그릴리쉬 | 55 |
2 | 브루노 페르난데스 | 50 |
3 | 케빈 데 브라위너 | 46 |
4 | 메이슨 마운트 | 38 |
5 | 마토이츠 클리히 | 36 |
전진패스 TOP 5에서 2위였던 조던 핸더슨이 키패스 TOP 5에 빠진 것은 그가 수비형 미드필더이기 때문이다. 핸더슨은 키패스를 9회 기록했다. 순위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수비형 미드필더인 로드리도 전진패스 81회, 키패스 9회로 전진패스 대비 키패스가 적다. 이러한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의 차이를 기억하길 바란다.
토트넘의 미드필더들
이번에 풀고 싶은 의문은 "토트넘 미드필더들의 창의성은 정말 부족할까?"이다. 포체티노 감독 밑에서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거두었지만, 무리뉴 감독 체제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 않다. 많은 이들이 그 이유로 미드필더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고 있다.
주전 미드필더 3인방 : 탕귀 은돔벨레, 피에르 호이비에르, 무사 시소코
토트넘의 주전급 미드필더로 은돔벨레, 호이비에르, 시소코가 꼽힌다. 은돔벨레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호이비에르와 시소코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구분된다.
이름 | 전진패스 | 키패스 |
---|---|---|
탕귀 은돔벨레 | 29 | 9 |
피에르 호이비에르 | 67 | 7 |
무사 시소코 | 22 | 2 |
리그 탑클래스 공격형 미드필더로 꼽히는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전진패스는 116회, 키패스는 50회다. 그러나, 탕귀 은돔벨레는 전진패스 29회, 키패스 9회로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절반에 미치지도 못한다. 무사 시소코는 수비형 미드필더임을 감안하더라도 전진패스 22회, 키패스 2회로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조던 핸더슨이 전진패스 112회, 키패스 9회를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그나마 호이비에르가 전진패스 67회, 키패스 7회로 준수한 편이다.
한편, 출장시간에 따라 전진패스, 키패스에 차이가 있을 것을 고려해 90분당 전진패스 및 키패스로 수치를 환산했다. 이로써 리그 내에서 토트넘 선수들의 창의성이 어느정도 수준인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그래프 x축은 90분당 키패스, y축은 90분당 전진패스다.
그래프 상위권에는 브루노 페르난데스, 하메스 로드리게스, 케빈 데 브라위너, 잭 그릴리쉬, 일카이 귄도간이 있다. 창의성의 뛰어나다고 꼽히는 선수들이다. 반면, 토트넘 선수들은 중하위권에 위치해 있다.
미드필더들의 낮은 경기 관여도
미드필더는 수비 진영에서 공격 진영으로 공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패스 시도와 터치 횟수가 다른 포지션보다 훨씬 많은 편이다. 그러나 토트넘 미드필더들은 패스를 많이 시도하는 편이 아니다.
위 그래프는 90분당 패스 시도로, 호이비에르가 67.13회로 팀 내 가장 많으며, 도허티가 57.18회, 다이어가 53.07회로 뒤따르고 있다. 은돔벨레와 시소코의 순위는 이해하기 어렵다. 두 선수의 패스 시도는 각각 45.39회, 40.68회로 경기당 50회에 미치지 못한다. 반면, 90분당 패스시도가 50회 이상인 미드필더를 리버풀은 3명,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5명, 맨체스터 시티는 4명 보유하고 있다.
무리뉴 감독의 전술인가, 선수의 역량부족인가?
무리뉴 감독은 단단한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을 추구한다. 토트넘의 득점상황을 되짚어보면 전방으로 한 번에 찔러주는 패스를 골로 연결시킨 경우가 많다. 시소코가 수비, 호이비에르가 운반, 은돔벨레가 드리블을 통한 빌드업이라는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가정하면 세 선수의 낮은 스탯을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리뉴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지휘하던 17/18시즌 통계를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마티치, 포그바, 마타의 90분당 패스 시도는 각각 74.36회, 73.43회, 62.38회로 토트넘 미드필더 3인방의 수치를 상회한다.
토트넘은 다른 강팀들과 달리 경기를 지배하지 못한다. 반면, 강력한 허리라인을 보유한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는 상대방을 가둬놓고, 지공 상황에서도 줄곧 골을 뽑아낸다. 시즌 초반 케인이 특급 도우미로 부각되고, 손흥민이 리그 득점왕 경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토트넘 미드필더들이 제 몫을 해내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해리 케인은 전진패스 75회, 키패스 24회를 기록했다. 그의 포지션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치다. 손흥민은 키패스 33회를 기록해 팀 내 선두를 달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토튼넘 미드필더의 창의성 문제는 무리뉴의 역습 성향도 있지만 선수진의 역량 부족이 더 크다. 델레 알리의 이탈 속에서도 현재의 순위에 오를 수 있었던건 케인과 손흥민의 활약 덕분이다. 해리 케인이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그가 공격수인만큼 한계가 뚜렷하다. 또한, 손흥민의 활약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현재까지 기존 자원을 토대로 역습 전술을 잘 펼쳤지만, 미드필더의 지원과 서브 스쿼드의 부재 속에서도 계속 승점을 쌓아나갈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겨울 이적시장에서 큰 보강을 바라기도 어렵다. 코로나로 인한 재정 불안과 더불어 케인과 손흥민의 재계약 자금까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토트넘은 여유가 없다. 호이비에르가 이번 시즌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시소코, 은돔벨레는 무색무취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토트넘이 연승 사이클에서 내려온 지금, 가장 고민이 많은 사람은 무리뉴 감독일 것이다. 그가 스페셜 원으로 남을 수 있을지, 남은 시즌동안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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