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20/21] 7R 맨유 v 아스날 전술 분석

MNUvARS

포메이션

 

솔샤르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재미를 본 다이아몬드 4-4-2를 그대로 들고 경기에 임했고, 이에 반해 아르테타는 처음으로 파티-엘네니 듀오를 중원으로 기용했습니다. 맥토미니와 프레드의 안정적인 후방 조합은 최근 맨유의 챔스 연전연승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 위에 포그바와 브루노를 앞세워 정확한 롱볼로 아스날의 뒷공간을 파는 빠른 역습을 구상했습니다. 아르테타는 이런 맨유의 빠른 공격 작업 속도를 의식해 중원에 순발력이 좋지 않은 쟈카를 빼고 엘네니를 기용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전반전: 맨유의 빌드업 작업을 철저하게 질식시킨 아스날

1. 지역 방어를 기반으로 한 맨마킹

 

아스날은 수비라인을 높게 가져가며 기본적으로 지역 방어를 기반으로 한 맨마킹 수비를 보여줬습니다. 라카제트가 프레드를 맨마킹하고 파티와 엘네니가 각각 포그바와 브루노를 타이트하게 마크했지만, 마크맨이 바뀔 시에는 자기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자기 자리에서 가까운 상대편을 맨마킹했습니다. 예를 들어, 전반 중반 쯤 브루노와 포그바가 각각 다른 상황에서 볼을 전개하기 위해 내려가면 파티와 엘네니는 이에 딸려가지 않고, 대신 올라온 맥토미니나 프레드를 마크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2. 중앙 수비수들의 밀착 수비

[맨마킹의 첫 그림 참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아스날의 타이트한 중원 압박을 뚫고 래쉬포드 혹은 그린우드에게 공을 전달하는데 성공하면, 아스날의 3센터백 홀딩, 마갈량이스, 티어니 셋 중 한 명이 맨유 공격수가 뒤를 돌지 못하도록 밀착 수비를 전개합니다.

3. 전략적인 파울 플레이

 

빠른 전환 상황, 혹은 파티, 엘네니가 자신들의 마크맨을 놓쳤을 때 아스날 수비진에서 빠르게 파울로 공격을 차단합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아르테타가 준비해온 타이트한 수비진을 뚫지 못했고, 무력하게 전반전을 끝마칩니다. 아스날은 팀 단위에서 엄청난 집중력과 조직력을 보여주며, 맨유의 빌드업을 질식시키며 경기를 주도했지만, 많은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하며 다소 답답한 공격력을 보여줬습니다.

전반전: 아스날의 좌측면 빌드업

• 검은 사각형 표현: Pinning; 피닝은 핀으로 고정시키듯 공격수가 위치선정으로 상대 수비수를 묶어두는 효과를 뜻합니다.
• 줄선: Luring; 루어링은 공격수가 드리블이나 오프더볼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수를 자리에서 이탈시키는 효과를 뜻합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거의 공격 작업을 시도하지 못한 반면, 아스날은 주로 오바메양과 사카가 위치한 왼쪽 측면으로 공격을 시도했습니다. 아스날이 왼쪽 측면을 주로 공략한 이유는 3센터백 중 하나인 티어니의 존재 때문입니다. 미드필더의 지원이 없을 시 우측면에서는 윌리안, 베예린 두 선수로 공격을 전개해야 하는 반면, 좌측면에서는 티어니-사카-오바메양 삼각편대를 구성해 공략할 수 있습니다. 오바메양이 움직임으로 완-비사카 혹은 린델로프를 위치로부터 이탈시켜 이 공간을 사카가 공략하는 움직임을 메인으로 가져갔습니다. 티어니가 올라올 시에는 사카가 하프스페이스에서 맨유 미드필더들을 고정시켜두고, 티어니가 크로스를 올리는 공격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다만, 완-비사카의 훌륭한 수비력과 오바메양과 사카의 다소 무딘 공격력으로 인해 골을 기록하지는 못한 아스날의 전반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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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4-2-3-1

유나이티드는 전반전에 중앙 지향적인 다이아몬드 4-4-2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하자 후반전엔 포그바와 그린우드를 각각 좌측면과 우측면에 넓게 배치함으로써 아스날의 측면을 공략하려고 했습니다. 아스날은 이에 맞서 전반전처럼 거센 압박을 펼치지 않고 수비라인을 다소 내려 맨유의 공격을 받아들였습니다. 전반전의 종적인 공격루트보다 횡적으로 넓게 벌려 파티와 엘네니가 위치한 중원을 비켜가려는 의도였습니다.

 

좌측면 포그바

맨유는 빠른 공격 작업을 포기하고 포그바를 좌측면으로 옮겨 파티로부터 다소 자유로운 상황에서 포그바에게 플레이메이킹을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0-0 상황에서 역습을 무리하며 공격을 전개하지 못하는 탓에 프레드와 맥토미니의 공격 가담이 없었고, 루크 쇼만이 오버랩으로 포그바를 도왔습니다. 포그바는 베예린을 상대로 피지컬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전반전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아스날의 내려앉은 수비진을 홀로 뚫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포그바의 실책으로 인한 페널티킥 실점

맨유는 60분경 프레드와 마티치를 교체하고, 70분경에는 그린우드를 빼며 카바니를 투입했습니다. 래쉬포드가 카바니를 위해 측면으로 빠지며 카바니를 위주로 한 타겟맨 전술을 수행할 준비를 합니다. 아스날은 페널티킥 골로 리드를 가져오며 카바니를 막기 위해 더욱 내려앉아 수비를 합니다. 75분에는 아무런 활약도 하지 못한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빼며 반더빅을 투입합니다. 맨유는 카바니를 타겟으로 측면에서 여러 차례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윌리안과 오바메양을 빼고 나일스, 무스타피를 투입한 두터운 아스날의 수비진을 뚫지는 못했습니다.

 

헌신과 집중력의 차이

91분에 나온 엘네니의 압박이 이 경기를 가장 잘 요약하는 장면입니다. 맨유는 전방에 카바니를 세워 두고 크로스를 올려도 모자랄 시간에 엘네니의 압박에 정신을 못 차리고 공 소유권을 내주고 맙니다.

 

결론

아스날의 입장에서는 아르테타가 잘 준비해온 게임 플랜을 선수들이 헌신으로 잘 수행했습니다. 특히 엘네니와 파티는 중원을 완벽하게 장악하며 포그바를 측면으로 물러나게까지 했습니다. 맨유 입장에서는 보통 라인 사이에서 뛰어난 상황 판단력으로 원터치 패스를 통해 플레이 메이킹을 하는 브루노의 부진이 아쉬웠습니다. 포그바가 3선에서 활약하며 런앤건 스타일의 뒷공간을 노리는 공격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경기는 아르테타의 뛰어난 전략과 선수들의 집중력이 빚어낸 승리입니다. 하지만, 무딘 공격에 대한 해답은 아직도 찾지 못했고, 사카를 활용한 하프스페이스 공략이 점점 먹히지 않게 된다는 점은 우려가 될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