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전술 분석

[프리미어리그] 18/19시즌 7라운드 첼시 vs 리버풀 전술 분석 (part 1)

Yejun Kimme 2020. 12. 16.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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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 라인업

 

사리의 첼시와 클롭의 리버풀이 시즌 초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만났다.

두 팀 선수들 모두 높은 수준의 전술을 수행해준 덕분에 꽤나 흥미로운 경기가 됐다.

 

사리와 클롭 모두 4-3-3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경기에 나섰다. 


킥오프 휘슬이 불리자 마자 첼시는 루이즈로부터 마르코스 알론소로 이어지는 롱 볼을 시도했다. 이는 알론소가 가지는 신장 우위를 활용한 약속된 플레이다. 첼시는 이후로도 후방에서 약속된 빌드업 플레이를 다양하게 가져갔다.

 

알론소를 향한 롱 볼이 먹히지 않자 첼시의 오른쪽 사이드로 빌드업을 전개하는 장면. 

 

좌측면으로 빌드업 전개 시 마르코스 알론소의 신장 우위를 이용했던 것에 반해 첼시가 우측면으로 빌드업을 전개할 때에는 캉테와 윌리안이 일직선상에 서고 조르지뉴가 피봇 역할을 하며 삼각 패스를 통해 빌드업을 전개했다. 리버풀의 전방압박이 매우 효율적이었기 때문에 결국 공격으로 전개되지는 못했지만, 첼시의 대처법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중앙으로 빌드업 전개 시 사방에서 압박이 들어오지만, 측면에서 플레이를 하게 되면 적어도 터치라인 바깥쪽으로부터는 압박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도 삼각패스를 통해 압박을 풀어내기가 용이하다. 

 

 

리버풀의 높은 압박 수준과 빠른 역습 전개

 

리버풀의 빌드업은 첼시보다 더 직선적이다. 모두가 익히 알고 있듯이 클롭의 팀은 게겐프레싱을 통해 상대의 볼을 빠르게 탈취하고 상대가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빠른 역습을 수행한다. 살라가 세컨볼을 채 따내기도 전에 알렉산더-아놀드가 달리기 시작한다. 아놀드의 빠른 판단이 돋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클롭의 전술 훈련이 얼마나 철저했는지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아놀드는 곧바로 얼리크로스를 시도한다. 리버풀의 세 공격수들은 모두 다른 타이밍에 전진한다. 이는 아놀드에게 세 개의 선택지를 부여한다. 리버풀 공격진의 호흡이 엿보이는 상황.

 

 

 

케파가 알론소를 향해 롱 볼을 시도하자 마자 바이날둠이 알론소를 압박하는 모습.
리버풀의 압박 전술이 얼마나 잘 수행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장면

 

 

 

아놀드의 패스미스 이후 세컨볼 싸움을 통해 만들어낸 역습 찬스

 

리버풀의 게겐프레싱의 갖는 장점이 이 장면을 통해 다시 드러난다. 조직적인 압박을 통해 상대의 롱 볼을 유도하고, 가로채기나 1대1 대결에서 공을 빼앗으면, 상대 3선과 수비진 간의 간격, 중앙수비수들 간의 간격이 벌어진 틈으로 공격을 전개한다. 살라의 결정력이 아쉬운 장면이기도 하지만, 뤼디거와 루이즈의 간격만 봐도 게겐프레싱을 통한 역습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첼시는 주로 하프 스페이스를 통해 공격을 시도했다. 

 

아자르의 프리롤

 

사리는 아자르에게 자유로운 역할을 부여했고, 아자르는 좌측면, 우측면 가리지 않고 움직였다. 이러한 프리롤은 상대가 마크맨을 지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아자르는 영리하게 하프스페이스에서 활약했다. 하프스페이스는 경기장을 가로로 5등분 했을 때 측면과 중앙 사이의 영역이다. 아자르가 중앙에서 드리블을 통해 하프스페이스 공간으로 침투했고, 윌리안의 트리거 런을 포착함과 동시에 아자르의 스루패스가 반 다이크와 로버트슨 사이로 들어갔다. 첼시의 공격은 이처럼 아자르의 개인기량을 앞세워 하프스페이스 공간에서 공을 소유하고, 이후 윌리안 및 지루와의 호흡을 통해 골을 노리는 방식이다. 

 

 

 

프리롤이 상대를 교란하고, 특히나 드리블 능력이 좋은 아자르를 상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전술이기도 하지만, 위와 같은 약점을 노출하기도 한다. 리버풀처럼 빠른 사이드 전환이 가능한 팀의 경우, 아자르의 동선이 다른 첼시 선수와 겹치거나, 아자르가 비워놓은 첼시의 좌측면 커버가 늦어지는 경우 상대에게 넓은 공간을 허용한다. 사리는 코바치치에게 좌측면 커버를 지시했지만, 미드필더가 측면을 커버하는 경우 중앙을 비워야하고, 다른 미드필더들 역시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커버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첼시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고 훈련을 통해 익혔기 때문에 코바치치가 아놀드를 빠르게 압박했고, 다른 미드필더들 역시 자신들이 위치해야 할 곳으로 잘 움직였다. 비록 살라가 오프사이드에 걸리긴 했지만, 코바치치의 측면 커버에도 불구하고 아놀드로부터 살라로 이어지는 패스를 허용한 것은 리버풀의 공격 전개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지공 상황에서 리버풀의 공격 패턴 중 하나는 미드필더의 전진이다. 밀너가 트리거 런을 시전하자마자 로버트슨이 밀너를 향해 롱 볼을 시도한다. 첼시의 수비진이 리버풀의 살라, 마네, 피르미누를 효과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에 미드필더의 공격 가담으로 변수를 창출하려는 의도다. 다만, 첼시의 수비 전열이 자리잡은 경우 이를 뚫기란 쉽지 않다.


경기 시작 6분만에 양 팀 감독들이 준비한 상황들이 모두 연출됐다. 첼시와 리버풀 선수들 모두 자신들의 전술을 잘 수행했다. 또한 상대의 전술에 대한 대처 역시 잘 훈련된 모습이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아자르가 하프스페이스에서 얼마나 잘 활약하는지, 아자르가 비워놓은 측면 공간을 리버풀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첼시가 틀어막는지이다. 


 

 

아자르의 헐거운 수비가 아놀드에게 또다시 넓은 공간을 허용했고, 살라와 피르미누의 탁월한 포지셔닝과 더미런으로 공격 찬스를 만들어냈다. 아자르가 아놀드에게 가는 패스길을 제대로 막지 못했기 때문에 알론소가 아놀드와의 거리를 좁히게 위해 측면으로 끌려나왔다. 이에 따라 루이즈와 알론소 사이의 간격이 벌어졌고, 피르미누가 바로 그 벌어진 틈으로 침투를 시도한다. 또 주목할 점은 다비드 루이즈가 본래 살라를 마킹하다가 피르미누에 더미런에 의해 마크맨이 바뀌는 점이다. 이렇게 수비 시에 마크맨이 바뀌면 다른 선수가 커버를 해줘야 한다. 

 

 

 

조르지뉴가 뒤늦게 살라의 등 뒤로 압박을 시도했지만, 이미 골을 바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등 뒤로 오는 압박은 효과적이지 않다. 결국 뤼디거와의 1:1 상황이 만들어졌고, 살라는 상체 페인트로 뤼디거를 속이고 슈팅을 가져갔다. 


 

 

리버풀의 전방 압박으로 빌드업이 어려워지면, 첼시는 아자르를 이용해 하프스페이스를 공략한다. 첼시가 리버풀의 압박 수준을 잘 파악하고 대처 방안을 잘 마련해 온 모습이다. 헨더슨과 밀너의 빠른 압박으로 아자르를 막긴 했지만, 아자르에게 턴을 허용했다면 위험할 수 있는 장면이다. 아자르의 턴과 터치가 아쉽기도 하지만, 골대를 등지고 내려오면서 공을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 등 뒤로 오는 압박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함부로 턴을 할 수 없다.

 

 

 

곧바로 다음 상황에서 아자르를 활용한 빌드업에 실패하자, 다시 한 번 마르코스 알론소의 헤딩을 이용한 빌드업을 시도한다. 

 

 

아자르가 중앙으로 이동하며 이번에는 윌리안이 아자르의 좌측면으로 자리를 옮겼다. 윌리안이 비운 우측면은 캉테가 커버를 하는 걸 볼 수 있다. 아자르의 위치에 따른 첼시의 포메이션 변화가 돋보인다. 윌리안이 넓은 중앙 공간에 위치한 조르지뉴에게 공을 내주고, 조르지뉴가 아자르를 형해 침투패스를 시도했다. 윌리안과 아자르가 서로 엇갈리며 아자르는 하프스페이스를 공략하고, 윌리안은 아자르가 공을 잡은 좌측면으로 침투한다. 이는 헨더슨이 마크맨을 지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앞선 살라와 피르미누의 공격 작업과 유사한 장면이다. 만약 아자르의 터치 미스가 없었고, 헨더슨이 윌리안과 아자르 사이에서 마킹 지정에 조금이라도 지체가 있었다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었다.


 

 

또다시 아자르가 위치한 첼시의 좌측면, 리버풀의 우측면으로 넓은 공간이 생기며, 리버풀의 공격 시 세부 전술이 다시 전개됐다. 피르미누가 첼시의 좌풀백 등 뒤로 침투를 시도해 중앙수비수 한 명을 끌고 오면, 두 중앙 수비수 사이에 빈 공간에서 살라가 포스트 플레이를 시도한다. 

 

 

주목할 점은 다비드 루이즈의 마킹 상대가 피르미누->살라->피르미누로 다시 바뀌며 피르미누에게 슈팅 찬스가 나오는 점이다. 수비진에게 교란을 주고, 순간적인 상황 판단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슈팅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다비드 루이즈 역시 노련하게 피르미누의 슈팅각을 좁히며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리버풀은 집요하게 아자르가 비운 공간을 활용해 마르코스 알론소의 뒷공간을 공략했다. 피르미누는 공격수의 정석적인 플레이를 항상 유지했다. 두 중앙수비수 사이로 침투하며 잘라 들어오는 살라의 패스를 받으려고 움직였지만, 살라의 패스가 조금 길었다. 지속적으로 위험한 장면을 노출했지만 첼시의 수비 집중력과 살라의 무딘 발끝 때문에 골이 터지지는 않았다.


 

 

첼시 역시도 다비드 루이즈를 이용한 다이렉트한 공격 전술을 준비해왔다. 이렇게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다이렉트한 플레이를 펼치면 상대는 이를 의식하고 수비라인을 조금 내리게 된다. 뒷공간이 내려 갈 경우 자칫 소통의 부재가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간격이 벌어지기 쉽다. 바로 다음 공격작업에서 아자르는 바로 이 미세하게 벌어진 라인의 하프 스페이스에서 아놀드의 압박을 무력화시켰고 코바치치는 조르지뉴와의 2대1을 패스를 통해 리버풀의 압박을 풀고 득점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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